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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생은 역시 자기주도학습이 안 되는 것일까?
    일상이야기 2023. 6. 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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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수 정예 의대반이라는 게 요새 유행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 무려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공부하는 중이라는데, 사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수학만큼은 미리 선행학습을 시켰다. 국어, 사회, 과학 같은 교과 과목은 학년에 맞게 문제집을 풀었지만, 수학 같은 경우는 1~2년 앞선 상태였다. 그것도 자기주도학습이라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답안지까지 직접 건네 준 뒤, 직접 풀어보고 알아서 답을 맞추며 공부하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공부를 시키다가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을 지켜봤더니 아주 기본적인 문제도 막혀서 풀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치 챘다. 아, 애들이 답안지의 답만 배껴놓고 수학 문제를 다 풀었다고 나한테 매일 검사했던 것이구나...

     

     

     사실 우리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은 2년이 넘었다. 그리고 그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모 몰래 답안지의 답만 베껴서 걸린 경우가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마다 체벌 성격으로 게임을 한동안 금지시켰는데, 이번에도 보기 좋게(?) 걸리는 바람에 또 게임 금지 패널티가 부과되었다.

     

     객관적으로 따지자면 이건 부모의 잘못이 맞다. 아직 본인의 욕망에 충실한 초등학생이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걸 할 수 있겠는가. 엄마든, 아빠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야 하거늘, 그걸 귀찮다고 내팽개쳤으니 사필귀정인 셈이리라. 

     

     우리 아이들도 1~2년 앞서서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내심 뿌듯해하고 있었건만 그게 모두 허사가 되었으니 허탈한 마음이 금할 길이 없다. 자신을 욕해야지 누굴 탓하겠는가. 그래서 이제는 힘들더라도 시간을 내서 애들 공부를 제대로 봐줄 생각이다. 돈 받고 하는 수학 과외는 어찌어찌 하겠는데,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건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영 의욕이 나질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건 그렇고 초등학생들이 소수 정예 의대반을 다닌다는 얘기를 접하고 나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의대를 가면 좋은 거야 부모의 마음이지 정작 초등학생 본인의 기분은 어떨까. 특히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공부만 시켰는데 나중에 아이가 연예인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이건 뭐 한 편의 드라마 각본이 나올 것 같다(이미 있으려나?).

     

     물론 나 또한 수학만 선행학습을 시키고는 있으나, 이건 아이들이 차후에 수학만큼은 힘들게 공부하지 말라는 일종의 배려(?)에서 강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수학은 반복해서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이치를 깨닫게(?) 되는 과목이다. 비슷한 문제를 많이 풀다 보면 나중에는 출제자의 의도까지 대충 눈치를 챌 수 있게 된달까?

     

     그 정도의 경지까지 오르려면 당연히 많은 수학 문제를 풀어봐야 하고,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열심히, 반복해서 공부하는 것 말고 특별한 방법이 있겠는가. 아이가 수학 천재가 아니고서야.

     

     아무튼, 초등학생 애들의 자기주도학습은 이렇게 또 다시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렸다. 이만큼 시도(?)했으면 이제 아빠가 깨달(?)아야 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이제는 나를 채찍질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길러주도록 힘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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