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두 배 조건으로 중국에 갔던 한국 조종사들이 귀국 후 찬밥 신세가 되었다네요

 중국의 인재 빼돌리는 예전부터 많이 유명했던 이야기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한국 기장, 항공기 조종사들에 관한 것입니다.

 

 코로나 이전 사태일 때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무려 두 배를 제시하며 중국 항공사로 영입된 한국 기장들이 이제는 중국 항공사에서 퇴사해 한국에서 재취업을 하려니 그 과정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뉴스로 나왔습니다.

 

 단순히 이런 글만 가지고 판단하자면 '그렇게 돈만 보고서 중국에 가더니 꼴 좋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해당 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중국에 갔던 기장들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돈만 보고 중국 회사 가서 잘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거나, 자업자득, 사필귀정, 고진감래 등의 사자성어를 쓰는 글도 보이고, 배신하지 말라고 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이익 집단 등을 거론하는 내용도 있고요.

 

 그런데 이게 꼭 이런 논리로 치부될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일본에 대해서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노 재팬, 보이콧 재팻 분위기가 들끓었지요? 그것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은 굉장히 친일본으로 탈바꿈한 상태입니다. 물론 정책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지만, 그 이외에도 경제적인 이유도 빼놓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만약 지금 일본 환율이 1100엔 정도 되었다면 이렇게 일본 여행이 붐을 이루었을까요? 아마 쉽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현재 환율이 900엔 정도로 예전 대비 20%나 낮아졌으니 그만큼 여행 경비가 20%나 저렴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리도 가깝겠다, 여행 경비도 저렴하겠다, 분위기도 좋아졌겠다 모든 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겠지요.

 이와 비슷하게 중국으로 갔던 한국 기장이 중국에서 쫓겨나 한국에서 재취업을 하려는 것이 힘든 이유도 현재 항공 업계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일단 가장 먼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외국인 기장이 대폭 감소되었습니다. 2019년 517명이었던 조종사가 2023년 6월 28일 기준 242명으로 줄었으니 절반보다 조금 더 줄어든 셈입니다.

 

 즉, 외국인 기장을 퇴출시킬 정도로 항공 업계가 안 좋았으며, 만약 인력이 다시 필요해지더라도 몸값이 비싼 한국 기장보다 외국인 기장을 선호하게 되리란 건 자명한 현실입니다.

 게다가 항공 업계가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는 하지만 아직 코로나 이전만큼 호황은 아니라는 부분도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많이 나가는 황금 연휴가 있는 2019년 5월과 이번 2023년 5월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72%, 아시아나항공은 79%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LCC 저가항공사까지 포함하면 87.2%로 정상화에 거의 근접한 상태이기는 합니다.

 

 그럼 이 얘기는 무엇이냐? 아시아나, 대한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는 아직 회복하려면 20%정도가 더 필요하지만, 저가항공사들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 사태보다 더 항공편이 증가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저가항공사들은 당연히 인건비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니 한국 기장을 채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아무튼,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항공 업계가 많이 회복되었고, 해외 여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아직까지도 신규 채용을 고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코로나 이전 때처럼 많은 항공사들이 경쟁해서 그만큼 비행기값이 많이 싸졌으면 좋겠다만, 그런 호황기가 찾아오려면 아직은 멀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도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진에어 같은 다양한 저가항공사들의 약진으로 날짜만 잘 잡는다면 나름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건 가능해지긴 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예전 취항지들을 회복하거나 신규로 취항하는 도시가 있는 만큼, 여기저기서 가격비교를 잘 해보시고 가성비 좋은 해외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